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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KPGA 반세기와 미래 50년④‘세계화 전략’
최웅선 기자 | 승인 2018.01.18 08:59
▲ 코리안투어 경기장면<KPGA제공>

[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지난 50년 회원 수만 늘었을 뿐 제자리다. 현 시스템으로는 향후 50년이라고 해서 별반 달라질게 없어 보인다.

‘쩐’의 전장으로도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PGA of America(미국프로골프협회 이하 PGA)’에서 독립한 단체다. ‘파이’가 커지면서 일반회원들과 투어선수들이 반목을 거듭하다 이혼한 것.

이후 투어 지망생들은 PGA웹닷컴투어(2부 투어)에 바로 진입하거나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로 진출한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자신의 진로 결정에 신중하다.

KPGA는 어떤가. 부모의 지원으로 짧지 않은 아마추어 시절을 거쳐 준회원과 정회원 선발전을 연이어 통과해야 프로가 된다. 정회원이 되고 코리안투어 시드가 걸린 ‘퀄리파잉 토너먼트(QT)’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렵다.

공부 대신 공만 친 그들은 골프 잘 치는 전문가가 됐지만 다른 진로를 모색했을 때 골프레슨 말고는 딱히 없다.

KPGA도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회원복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해 지난해 ‘연습장 인증사업 등 ‘회원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소기의 성과도 있지만 코리안투어 확장에도 신경 쓰다 보니 제대로 될 리 없다.

양휘부 회장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투어안정, 코리안투어의 글로벌화 그리고 회원복지확대”에 올인 한다고 했다. 기립박수 칠 일이다. 하지만 ‘립 서비스’로 끝날 공산이 크다.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어안정과 글로벌화에 신경을 쓰게 되면 회원복지가 소홀해져 일반 회원의 불만이 커질 것이고 그 반대면 투어에 집중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투어와 회원복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닌 협회와 투어를 분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으로 건너가 보자. 투어가 떨어져 나간 PGA는 골프전문가 양성 기관으로 거듭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프로골프협회(PGA)의 ’클래스 A’다. 클래스 A 과정에는 티칭코치, 골프장 매니저, 코스 관리, 그린키퍼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과정은 회원이 선택하고 통과하면 전문가가 된다. 회원들의 적성에 맞는 다양한 진로를 만들어 준다.

또 PGA투어는 골프의 발상지 유럽을 넘어 세계 최고의 무대가 됐다. 반목이 시작의 출발점이었지만 ‘윈-윈’의 결과를 만들었다.

일본도 매한가지다. 일본프로골프협회(JPGA)도 절대 다수인 회원들이 협회를 장악했다. 투어보다 회원에 신경을 더 쓰는데 선수들의 불만이 커졌고 1999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를 출범시켜 PGA투어, 유러피언투어에 이어 세계 3대 투어의 반열에 올랐다.

투어선수는 ‘왕족’이고 정회원은 ‘귀족’, 준회원은 ‘평민’이라고 한다. 복잡한 회원제도로 인해 생긴 말이다. 이런 계급제도가 회원의 반목을 만들었다.

반목과 갈등은 갈수록 더 커지는 구조다. KPGA는 6320명의 회원을 거느렸다. 이중 1787명이 정회원으로 10%가 안 되는 150여명이 투어선수다. 매년 회원선발전을 통해 투어지망생들은 꾸준히 늘어나는데 반해 코리안투어 필드사이즈(144명)는 더 늘어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문제라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다. 따라서 레슨과 투어라는 이해관계가 다른 두 조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동거하고 있는 셈이다.

투어 분리는 KPGA가 안고 있는 갈등과 반목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자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부 회원 중 투어 분리의 개념을 이해 못해 불이익을 받는다고 오해한다. 오히려 이득이다. 투어가 분리되면 KPGA는 레슨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6000여명의 회원을 상대로 PGA처럼 골프전문가 양성에 집중하게 된다.

PGA투어는 높은 난이도와 깔끔한 코스세팅, 빠른 그린으로 선수들의 창의적 샷과 제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품격 높은 경기 조건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마스(이상 미국)같은 걸출한 스타를 탄생시켰다.

토너먼트를 위한 세팅 전문가들은 모두 PGA에서 배출했다. 또 PGA 출신 레슨 코치에게서 골프를 배운 선수들이 현재 PGA투어 정상급 선수로 성장해 세계 골프를 호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PGA투어 인기상승은 골프 저변 확대와 더불어 PGA 출신의 골프전문가 수요를 늘려 상생효과를 냈다.

지난해 아시안투어 공동주관한 신한동해오픈 때 일이다. 대회가 열린 베어즈베스트 청라는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코스세팅에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연습라운드를 돈 선수와 주최 측 모두 대만족했다. 하지만 사고가 터졌다. 1라운드 시작 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코스에 ‘워터 링(watering)’을 한 것.

페어웨이에 잘 떨어진 공에 진흙 등 이물질이 묻었고 잘 맞은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중구난방 뻗어나갔다. 선수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골프장 측에서 선수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려는 욕심이 화를 부른 것. 웃지 못 할 해프닝이지만 코스세팅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사례다.

스피드가 일정해야할 그린도 문제다. 각 홀 그린이 비슷한 스피드를 유지해야 하지만 각각 달라 선수뿐 아니라 아마추어골퍼도 라운드 때 짜증이 나는 게 사실이다. 그린도 코스와 마찬가지로 ‘그린 키퍼’라는 전문가가 있다.

미국은 PGA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국내의 경우 몇몇 코스관리자들이 중요성을 알고 ‘그린키퍼’ 친목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어 교류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명문 골프장 몇 곳이 직원을 미국에 연수시켜 자체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런 전문가는 투어에서도 활용되지만 골퍼에게 코스 만족도를 높여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투어 분리 후 KPGA가 해야 할 일이다.

투어 분리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PGA투어 또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처럼 완전 분리와 현재 KPGA가 수익사업을 위해 설립한 주식회사 한국프로골프투어(KGT)의 독자경영을 보장하는 ‘디비전(division)’ 방식이 있다.

미국과 일본처럼 완전분리는 열악한 국내 스포츠 산업 환경의 위험부담을 접어두고서라도 KPGA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등 문제의 소지가 많다. 하지만 디비전 방식은 KPGA가 100%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KGT와 행정적 분리만 하면 된다.

가장 먼저 KGT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KPGA회장이 손을 떼고 전문 경영인 즉 ‘커미셔너(commissioner)’를 영입하면 된다. 직원 분리에 대한 문제도 복잡하지 않다.

현재 코리안투어는 운영국이 담당하고 있다. 투어의 연속성을 위해 운영국과 사무국의 홍보마케팅 팀원 소수를 KGT에 잔류시키고 회원선발, 교육, 연습장 인증 사업 등 KPGA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운영국 교육팀을 KPGA로 이관시키면 큰 틀에서 쉽게 마무리 된다. 물론 세부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KPGA는 따로 치르던 준회원과 정회원 선발전을 한데 묶어 회원선발전으로 통합한다. 선발된 회원들은 일정기간 이론과(티칭, 코스관리, 매니지먼트, 그린키퍼, 골프장경영 등) 실무교육을 시켜 자신의 적성에 맞는 클래스를 선택해 집중교육을 받은 뒤 ‘전문가인증(라이센스)’을 발급한다. 또 전문가인증을 받은 회원이 또 다른 분야의 교육을 이수할 수도 있다.

 

분리된 KGT는 투어(코리안투어, 2부 투어, 시니어투어)에만 집중하면 된다. 또 현재 정회원만이 응시할 수 있는 ‘시드선발전(QT)’을 아마추어에게도 개방한다. 뜻만 있으면 누구나 출전할 수 있고 실력으로 검증받으면 된다. 예선을 강화해 말 그대로 ‘지옥의 레이스’을 통과한 싱싱한 ‘루키’를 코리안투어로 끌어올려 ‘스타탄생’에 길을 열어야 한다.

협회와 투어가 분리되면 투어를 지망하는 기존 회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1차 검증을 거친 기존 회원에게 QT 1차전 면제 등 특전을 주면 해결될 일이다.

2부 투어도 현재 보다 더욱 강화해 1년간 고난의 행군을 거친 그들에게 코리안투어 진입 기회를 더 주어야 한다. 2부 투어는 시즌 12개 대회로 상금랭킹 5위까지 시드를 준다. 정규투어로 올라갈 기회가 적다.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미국PGA투어는 2013년부터 QT를 폐지하고 2부 투어에서 수혈을 받는다. JGTO도 내년시즌부터 QT시드를 줄이고 2부 투어 상금랭킹을 통해 신인들의 정규투어 입성을 늘린다.

또 2부 투어는 2라운드 경기로 우승자를 가리는데 3라운드 토너먼트로 확대해야 한다. 3라운드 확대는 선수들의 변별력을 키울 뿐 아니라 세계랭킹 배점을 받을 수 있다. 매 대회마다 치르는 2부 투어 예선 시스템도 효율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협회와 선수, 회원 모두가 찬성하고 골프관계자 및 언론도 투어 분리를 적극지지 한다. 우리보다 먼저 투어를 분리한 미국과 일본, 유럽, 아시아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시장 환경이 다른 국내에서 투어 분리가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KPGA의 지난 50년을 돌아보면 수장이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향후 50년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50년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협회와 투어가 발전할 수 있다.

양휘부 회장의 남은 임기 2년은 허공에 ‘공언(空言)’으로 맴돌 ‘투어안정, 코리안투어의 글로벌화, 회원복지확대’가 아니라 투어 분리라는 더 나은 50년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한국골프사에 위대한 업적이 되어야 한다.

2년의 시간은 짧다. 그러나 시스템을 연구하고 바꾸기엔 충분하다. 그러면 양 회장 퇴임이 확정된 2년 뒤 협회와 투어가 분리되고 4년마다 작동하던 시한폭탄은 영원히 제거될 것이다.

썩은 살을 도려낼 때 고통은 크다. 그러나 고통 뒤에는 새살이 돋아난다. 썩은 살을 도려내는 고통 없이 입으로 떠드는 개혁과 파괴적 혁신은 미래가 없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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