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GTO를 이끌고 있는 아오키 이사오 회장<교토뉴스>

[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일본프로골프(JGTO)가 2018시즌 일정을 발표했다.

25개 대회 총상금 35억775만엔으로 한화 338억6876만원 규모다. 외형상으로는 4년 만에 1개 대회에 총상금 8693만엔(약 8억3934만원)의 소규모 감소폭이다.

위축되는 투어의 활성화를 위해 JGTO는 나름의 변화를 모색했다. 출전자격 변경이다. 기존 상금순위 61위부터 75위(60위까지는 풀시드)까지 주던 조건부시드를 폐지하고 대신 2019시즌부터 챌린지투어(2부 투어) 상금순위 20위까지와 ‘퀄리파잉 토너먼트(QT)’ 20위까지 시드를 주기로 했다.

JGTO는 “조건부시드 선수들이 나올 수 있는 대회가 몇 개 없어 현실에 맞게 규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출전자격 변경은 ‘젊은 피’ 수혈의 숨은 뜻이 있다. 선수층이 두터워 매 시즌 그 얼굴이 그 얼굴에서 신인을 투어에 대거 진입시켜 변화를 주자는 것이다.

또 “지난 11월부터 10년간 PGA투어와 제휴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도 밝혔다.

제휴사항에는 PGA투어가 10월에 아시안 시리즈로 기획한 WGC HSBC 챔피언스(중국), CIMB 클래식(말레이시아), 더CJ컵(한국)에 이어 일본에서 JGTO와 공동개최가 있다. JGTO는 “구체적인 대화는 없지만 공동개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PGA투어의 대회 운영, 선수 교육 등 노하우 제공도 전수 받기로 했다. JGTO 오오 부회장은 “PGA투어 시스템의 하나로 거론 한 것이 출전자격 변경”이라며 “PGA투어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QT’를 통과해 2부 투어(웹닷컴투어)에서 정규투어로 승격해 나가는 구조가 새로운 스타가 나오기 쉬운 시스템”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일본 골프관계자들의 말은 다르다. 일본 겐다이 소속 다치카와 마사키 기자는 “JGTO는 매우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단체”라며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선수들의 체질 개선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이어 “골프팬들은 JGTO 프로암에 참가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기도 하는데 선수들의 팬 서비스와 에티켓이 수준이하라는 말이 많다”고 귀띔했다.

JGTO는 1999년 일본프로골프협회(JPGA)의 파행적 운영에 반발한 선수들이 집단 탈퇴해 만든 투어기구다. 팬과 선수를 위한 투어를 표방한 JGTO의 출발은 좋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작년 2월까지 4년간 JGTO를 이끌던 에비사와 가쓰지 회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인기하락에 대한 책임을 전가했다.

선수들은 상금왕을 5차례나 지낸 현 아오키 이사오를 회장에 추대했다. 선수출신인 아오키 회장이 JGTO를 이끌었지만 대회가 늘기는커녕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 수는 더 줄었고 2018시즌 대회 수까지 감소했다.

사실 JGTO의 인기하락은 선수들의 높은 위상(?) 때문이다. 선수들은 대게 경기가 끝나면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싸인’을 해 주거나 간단한 기념촬영을 한다. 하지만 JGTO선수들은 달랐다. 경기가 끝나면 소속사의 매니저와 관계자들에 둘러싸여 팬과 차단된다. 팬과 선수의 ‘스킨십’이 단절된 것이다.

여기에 프로암대회 때 VIP와의 라운드에서도 자신의 공만 치는 선수들이 많았다. VIP들은 프로암대회 참가 때 선수들에게 ‘원 포인트 레슨’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선수들이 VIP에게 먼저 다가가야 했지만 자신들의 공만 치느라 그러지 않았다. 콧대 높은 선수들을 경험한 VIP들의 가슴앓이는 분노로 이어져 JGTO의 인기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몇 년 전만 해도 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도 프로암대회 때 자신의 공만 치는 선수들이 많았다. KPGA 집행부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선수들의 체질개선에 나서 프로암 때 대회 개최에 힘을 보태준 VIP에 대한 감사를 표했고 대회장에서는 ‘일심동체’로 팬과 함께 호흡하는 코리안투어를 만들었다.

그 결과 등을 돌렸던 팬들이 다시 대회장을 찾았고 올해 대회 수와 총상금이 증가하기 시작해 내년시즌은 역대 최고의 대회 수와 총상금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JGTO는 선수들의 문제점을 직시하지 못한 채 엉뚱한 곳에서 도약을 모색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아오키 회장은 “내년 시즌 이시카와 료가 복귀함에 따라 침체된 투어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반겼다.

이시카와 료가 지난 10월부터 JGTO에 출전할 때마다 시청률과 갤러리가 대폭 증가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다치카와 마사키 기자는 “이시카와 료의 인기는 일본남자선수 중 최고다. 그가 출중한 실력과 잘 생긴 외모로 팬들을 사로잡은 것이 아니라 팬과의 스킨십이 최고의 선수로 만들었다”며 “이시카와 료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은데 그 이유는 매니저들에 둘러싸여 팬과 단절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자료사진: 21일 오전 KB금융그룹과 코리안투어 개최 후 기념촬영사진

KPGA는 21일 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과 코리안투어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총상금 7억원 규모다.

KB금융그룹은 2011년 한국과 일본의 국가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을 후원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지는 못했다. 당시 KPGA는 내부갈등으로 격랑에 휩싸여 팬들이 외면해서다. KB금융그룹이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유는 팬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팬과의 스킨십이 단절된 상황에서 JGTO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프로스포츠는 관객이 함께 호흡해야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JGTO는 PGA투어에게 시스템을 배워야 할 게 아니라 문제점을 일찍 파악하고 체질개선에 나서 변화를 준 KPGA에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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