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스포츠 윤영덕 기자]16년(2001년) 전이다. 당시 열다섯 살 중학교 3학년 소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해 신생대회인 엠씨스퀘어컵 여자프로골프대회에서 쟁쟁한 언니들을 모두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제2의 박세리’란 찬사가 잇따랐다. 그 역시 골프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2003년 하이마트 여자오픈과 2005년 하이트컵 여자오픈(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미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데뷔 첫 해인 2006년 그는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KLPGA투어에 이어 LPGA투어에서도 신인왕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8년까지 통산 4승을 수확했다.

이후 그의 이름을 골프팬들에게서 잊히기 시작했다. 바로 이선화다. 그런 그가 돌아왔다.

▲ KLPGA투어 복귀 후 첫 우승 경쟁에 뛰어든 이선화

10일 경기도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 골프클럽(파72. 6468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ADT캡스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대회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쳐 공동선두로 나선 것.

이날 이선화는 10번홀에서 출발해 5홀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그리고 16번홀과 18번홀 징검다리 버디까지 보태 9홀에서 7타를 줄였다.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이선화는 “지난 대회부터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사실 이선화가 국내 무대로 복귀한 건 2년 전이다. KLPGA 정규투어가 아닌 2부 투어(드림투어)였다. 그리고 시드선발전을 거쳐 지난해야 비로소 정규투어에 합류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우승경쟁을 펼치지 못하고 하위권을 맴돌다 ‘지옥의 레이스’인 시드선발전을 거쳤다.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신인왕을 차지하고 개인통산 7승을 거둔 이선화에게는 자존심이 상하고도 남는 일이다. 그는 “자존심보다 실력이 그 정도라는 생각이 컸다”며 “더 열심히 해야 정규투어 가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올해 성적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지난달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국내무대 복귀 후 첫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 덕에 올해 시드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한때 KLPGA투어 선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선화가 긴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은퇴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는 “미국에서 7~8년 생활하면서 재미없게 느껴졌던 적도 있었다”며 “결혼 후 다시 생각해보니 골프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선수생활을 지속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1등이나 상금보다는 대회를 즐기기 위해 대회에 출전한다”고 덧붙였다.

골프팬들에게 이선화는 수줍음 많이 타는 소녀였다. 하지만 번개처럼 스쳐간 세월은 어느 새 그를 서른 두 살의 ‘베터랑’ 골퍼로 변신시켰다. 그리고 새까만 후배들과 우승경쟁을 하고 있다.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2라운드가 끝나면 이선화의 이름은 리더보드 맨 꼭대기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성적부진으로 은퇴를 고민하는 그 또래의 선수들에게 그의 ‘깜짝 선두’가 투어를 계속 뛰어야 하는 자극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영덕 기자  ydyun@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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