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의 기다림 끝에 우승 기회를 잡은 손준업<KPGA제공>

[제주=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잘 되고 있을 때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준업(30)은 스물세 살이던 2010년 제53회 KPGA 선수권대회에서 일찌감치 생애 첫 승을 신고하면서 한국남자골프의 ‘기대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매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다.

그리곤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손준업은 “우승권에 있으면 따라잡으려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경기는 안 풀렸고 내 자신에게 화만 났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이어 “선두로 나서면 ‘우승 세레머니는 뭐로 하지’ 등 미리 생각하는 게 많아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고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고 고백했다.

28일 경남 김해의 정산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파72) ‘무빙데이’에서 단독선두 정한밀(26)을 1타차로 추격해 오랜 만에 챔피언조로 우승 경쟁에 나서는 손준업은 달라졌다.

그는 “(3라운드 경기에서)역전을 하고 선두에 오르니까 우승 욕심도 생기고 쫓아오니까 더 잘하고 싶은 생각도 났다. 또 잘하고 있을 때 우승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이 대회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갔다”며 “매 시합마다 그랬듯 파이팅 하면서 목표한 대로 플레이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는 ‘희열과 감동’을 상상할 뿐이다. 그러나 우승을 맛본 선수는 그 짜릿함을 알기에 더 갈증을 느낀다. 손준업도 그랬다. 그래서 우승권에 있을 때 마약과 같은 희열과 감동을 한 번 더 맛보려고 서둘렀다. 그러나 보니 놓친 게 더 많았다.

▲ 손준업<KPGA제공>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최첨단 스마트 시대에 7년은 강산이 열 번도 넘게 변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손준업도 어느 덧 성인이 돼 지난해 가정을 꾸렸다.

손준업은 “결혼하니까 가장 좋은 점은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 후 성적이 나빠 주변에 안 좋게 비쳐질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이번 대회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내를 향한 지극한 사랑 때문일 게다.

7년이란 짧지 않은 번뇌의 시간을 보낸 손준업은 몸이 생각을 앞서는 것 보다 마음으로 다스릴 수 있는 성숙한 선수가 됐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최종라운드 전략은 없다. 매일 그랬듯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고 동반자와 서로 파이팅 하면서 좋은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한 번 마주한 우승 기회를 손준업이 어떤 결과로 만들어 낼지 관심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저작권자 © 와이드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