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샷 후 활짝 웃는 정한밀<KPGA제공>

[와이드스포츠(제주)=최웅선 기자]어렸을 때 축구를 너무 좋아해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아이는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안 좋아 여섯 살 때 심장 수술을 받아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 아이는 공부를 택했다.

운동을 무척 좋아했던 아이는 우연한 기회에 골프와 인연을 맺었고 그토록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었던 축구는 아니지만 골프선수가 됐다.

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7억5000만원) 대회 2라운드 4타차 단독선두에 오른 정한밀(26) 얘기다.

정한밀은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공부를 하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촌형 따라 골프를 시작했다”고 골프와 첫 인연을 설명했다. 공부에 별 취미를 느끼지 못했던 정한밀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필리핀으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이유는 단순했다. 환경이 좋았기 때문이다.

노력의 결과는 좋았다. 2012년 KPGA 준회원 테스트에 합격했다. 그리고 자신이 골프를 시작한 필리핀에서 필리핀 투어를 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골프지만 축구선수 이후 또 다른 꿈이 생겼다. 미국PGA투어에서 뛰는 것이다.

정한밀은 “세미테스트 통과 이후 필리핀투어에서 6개월가량 뛰다 미국으로 건너가 웹닷컴투어 시드전을 봤는데 보기 좋게 탈락했어요. 그러다가 중국에서 PGA 3부 투어인 PGA차이나투어를 뛰려고 중국에 갔다 한국에 잠깐 들어왔어요. 시간 날 때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죠”라며 천연덕스럽게 웃는다.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가 그를 코리안투어로 이끌었다. 하지만 코리안투어 시드선발전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정회원이 돼야 한다. 2015년과 2016년 차례로 정회원과 시드전을 거쳐 올해 ‘루키’로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시즌 초반에는 순항하는 듯 했다.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는 첫 출전 첫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그리고 ‘특급대회’인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 1라운드에서는 홀인원을 해 고급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하지만 홀인원의 흥분 탓인지 본선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성적부진에 시달리던 정한밀은 8월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 2라운드에서 단독선두로 올라서며 생애 처음으로 우승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깜짝 선두’였다.

정한밀은 “올해 성적이 나빠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가야 하는데 이 대회 우승했으면 해요”라며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우승이란 꿈을 항상 꾸고 있는데 기회가 온 만큼 꼭 잡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는 현재 제네시스 포인트 69위(998점)다. 차기년도 시드는 60위까지 준다. 남은 대회는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포함해 2개뿐이다. 따라서 정한밀이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시드유지 안정권에 들려면 5위 이내 들어야 한다. 그러면 최종전 성적에 관계없이 시드 유지를 하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최종전 성적에 따라 ‘천당과 지옥’에 한 발씩 놓고 된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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