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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불곰’ 이승택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최웅선 기자 | 승인 2017.09.17 05:24
▲ 신한동해오픈 3라운드 경기에서 10번홀 티샷 하는 이승택<KPGA제공>

[와이드스포츠(인천 청라)=최웅선 기자]작년 10월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 때니까 1년에서 조금 모자란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시기라 찬바람이 불었지만 오랜만에 경북지역에서 열리는 KPGA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의 열기는 대단했다.

기자 또한 현장에서 취재하느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대회장을 누볐다. 코스에 나가면 항상 선수들의 부모와 마주치게 된다. 대게 의례적으로 가벼운 목례만 나누고 지나치지만 샷감이 좋은 선수의 경우 컨디션 등 최근 동향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 본다.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혹시나 해서다.

이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코스에서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선두에 오른 선수의 조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가다 ‘나 홀로 갤러리’를 하면서 코스에 버려진 휴지를 줍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선한 인상의 그는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누군가와 마주칠 때 항상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탓에 낯이 익었다.

이날따라 쓰레기를 줍는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대화를 나눴다. 선수의 부모였다. 하지만 누구의 부모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물어본 적도 없고 누구의 부모라 말한 적이 없다.

다음날 오전쯤일 게다. 프레스룸에 있다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흡연 장소로 갔다. 클럽하우 스를 나서면 바로 왼쪽이다. ‘무빙데이’라 그런지 많은 갤러리가 지나다녔다.

몇 몇 선수는 니코틴을 충전(?)한 다음 부지런히 티잉 그라운드로 이동한다. 가을바람에 흩어진 담배연기에 여성 갤러리가 힐끔 눈치를 준다. 흡연구역이었지만 ‘프레스’ 비표를 달고 있었기에 구석으로 도망치듯 자리를 옮겼다.

클럽하우스 벽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덩치는 태산만한 남자가 벽을 보고 쭈그리고 앉아 맛나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인기척에 놀란 그가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눈이 마주쳤다. 허겁지겁 담배를 끄고 자리를 빠져나가려했다. 선수였다. 그를 불렀다.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인데 왜 여기 숨어서 담배를 피냐”고 물었다. “성인이지만 선수인데 갤러리가 지나다니는데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갤러리 중에는 아이들도 있다”고 숨은 흡연에 대해 설명했다.

신선한 충격이었고 어린 선수였지만 대견했다. 당시 이름을 물어봤지만 무뎌진 기억력 탓에 그를 잊었다.

▲ '불곰' 이승택과 캐디백을 멘 그의 아버지

얼마 후 코리안투어 최종전인 카이도코리아 투어챔피언십 대회 중 뜻밖의 사람들을 만났다.

코스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만나는 사람마다 허리를 숙여 깍듯이 인사를 하던 중년의 남성이 갤러리를 위해 숨어서 쭈그리고 담배를 피던 선수의 캐디백을 메고 있었다.

지난주 티업·지스윙 메가오픈 최종일 경기에서 12언더파 60타를 쳐 코리안투어 18홀 역대 최저타를 경신한 ‘불곰’ 이승택(21)과 그의 부친이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던 것’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두 남자가 ‘부자’였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이승택은 ‘인성’만 좋은 것이 아니다. ‘루키’던 2015년 상금순위 62위였던 이승택은 지난해 39위로 투어 2년차 ‘징크스’를 피해갔다. 또 첫해 72.13타였던 평균타수는 작년 71.32타를 기록했고 올해 현재까지 69.96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코리안투어 ‘특급대회’인 제33회 신한동해오픈 3라운드를 공동선두로 출발해 1타를 잃고 단독선두 가빈 그린(말레이시아)에 1타 뒤진 7언더파 공동 2위로 물러났지만 최종일 역전우승에 도전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기자지만 ‘골프팬’의 한사람으로서 인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그의 생애 첫 승 달성의 꿈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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