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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코리안투어 이형준의 아름다운 선행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최웅선 기자 | 승인 2017.08.23 08:51
▲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우승 후 트로피 들고 포즈 취한 이형준<사진=KPGA>

[와이드스포츠=최웅선 기자]누굴 도와주거나 좋은 일을 하면 소문을 내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경우가 있고 애써 숨기려는 이가 있다.

성경에 나와 있는 가르침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를 따르는 이가 있다. KPGA 코리안투어 ‘스타’ 이형준(25.JDX)이다.

그의 종교는 모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녹슬어가는 기자의 머리에서 딱히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지만 성경구절과 딱 맞는 말이다.

이형준은 자신의 선행을 알리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한국프로골프협회(회장 양휘부)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형준은 KPGA 홈페이지에만 게재를 허락했다. 그것도 자신만이 아닌 동료선수들의 선행과 함께 언급되는 조건이었다.

그는 “좋은 일 하는 것뿐인데 자랑할게 뭐 있느냐”고 한다. 그러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를 하려고 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혼자 잘난 척 하는 것 같아 알려지는 게 싫었다”고 한다.

이형준의 계속되는 아름다운 선행을 알고 기사를 작성하기까지 오랜 시간 그를 설득해야 했다.

이형준은 부친 이동철(55)씨와 모친 임순화(50)씨 슬하의 3형제 중 장남이다. 부친은 가죽관련 사업을 했다. 재벌은 아니어도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행복한 가정이다.

하지만 이형준이 중학교 2학년 때 부친이 간암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다. 부친은 2년간 입원해야 했고 사업도 접었다. 의사 권유였다.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을 까먹는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부모는 골프선수로서 성장하고 싶은 아들의 꿈을 꺾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로서 한참 성장할 시기에 이형준은 제대로 된 레슨을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이형준이 골프를 계속하기 위해 동생들이 희생됐다. 큰 형의 골프 때문에 동생들은 또래들이 모두 가는 학원을 가지 못했다.

이형준은 주니어시절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프로전향을 미루었으면 아마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화려하게 프로데뷔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겐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준회원 테스트에 응시했고 이듬해 고3 때 정회원이 됐다.

2011년 챌린지투어(2부 투어)를 거쳐 2012년 코리안투어에 합류했지만 시드확보에 실패하고 일본과 아시안투어로 나갔다. 어떻게 해서든 무언가를 만들려는 몸부림이다.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2년 만인 2014년 코리안투어 재입성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출전할 대회가 몇 개 없어 엄청난 투어경비를 감당하기에 벅찼다.

부친 이동철 씨는 “어느 날 집에 들어가니까 집사람이 울고 있었다”며 “이유를 묻자 ‘친구들은 시간이 갈수록 재산이 늘어나는데 왜 우리는 줄어드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너무 미안했다”고 한다.

이어 “형준이 골프 뒷바라지 하고 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적금은 모두 해약했고 보험까지 중단해야 했다”고 당시 사정을 설명했다.

부친의 간암 수술 후 가족은 고향인 광주로 낙향했다. 광주에서 칼국수 가게를 운영했지만 큰아들의 투어경비와 작은아들 둘의 학비는 턱 없이 모자랐다.

▲ 지난달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우승 후 캐디백을 맨 여자친구의 키스 세레를 받는 이형준<사진=KPGA>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하늘이 도왔다. 이형준이 시즌 막바지에 열린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이다. 당시 우승상금은 6000만원이다.

이형준이 프로데뷔 후 벌어들인 가장 큰 돈이다. 하지만 세금과 기타 등등을 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나마 투어경비를 제외하면 적자다. 그럼에도 상금 중 상당부분을 어려운 학생들에게 써 달라고 모교인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기부했다.

상금으로 받은 6000만원 중 남은 것은 없었다. 부친 이동철 씨는 “간암수술하고 병원에 있을 때 주변에서 형준이가 골프를 할 수 있도록 용돈을 쥐어 주곤 했다”며 “도움 받은 것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시 돌려 준 것 뿐”이라고 에두른다.

사실 선수층이 두터운 코리안투어에서 우승경험이 있다고 해 성적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우승으로 시드를 보장 받은 만큼 차기년도 투어경비에 보태야 하고 대학 공부 중인 두 아들의 학비에도 보태야 한다. 그러나 부친 이동철 씨와 모친 임순화 씨 그리고 아들 형준은 기부를 선택했다.

선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빠듯한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를 계속했다. 이형준은 “코리안투어에서 나만 기부하는 것도 아닌데 쑥스럽다”며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주흥철 프로님은 소아심장병 환우를 위해 기부했고 최이삭 프로님은 홀인원 상금을 전액 기부하는 등 넉넉지 않지만 코리안투어의 많은 선수들이 소리 소문 없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준다.

이형준의 기부는 “우리 가족은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부자다. 그러니까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부모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이형준의 부모도 그 자신도 갚아야할 빚이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부친은 “형준이가 가끔 ‘우리 은행에 빛이 얼마나 있냐’고 물어 본다”며 “그 빚은 나와 집사람이 벌어서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웃는다.

이형준은 지난해 시즌 최종전인 카이도코리아 투어챔피언십 우승으로 선수 생활 중 처음으로 적자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남은 돈을 또 다시 기부했다. 이형준은 “작년에 기부하고 난 뒤 주변을 돌아보니까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더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며 “성적을 더 내 더 많은 기부를 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 기부 후 신부님과 기념촬영한 이형준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지난달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서 투어 통산 3승째를 기록한 이형준은 우승 상금을 떼어 천주교 예수성심전교수도회와 굿네이버스에 쾌척했다.

이형준은 “신부님과 아이들을 만났다”며 “기부를 하고 나오는데 가슴이 너무 뿌듯했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를 소감을 밝혔다.

이형준이 어려운 아이들을 직접 찾아 나선 데는 KL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유나(30)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는 “작년 동계훈련 때 박유나 프로하고 함께 전지훈련을 했는데 박 프로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어려운 아이 2명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며 “돈을 기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즌 중에도 아이들을 찾아가 필요한 것들을 사주고 하루 종일 함께 놀아준다는 얘기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자식의 뒷바라지를 위해 적금과 보험을 모두 해약해야 했던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도 가족의 여유로움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돈을 내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부친 이동철 씨와 모친 임순화 씨의 ‘부창부수(夫唱婦隨)’의 마음, 그리고 두 부부의 심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들 이형준이 있어 각박한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이형준의 가족은 자신들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의 끈질긴 설득에 마지못해 허락했다. 그러면서 코리안투어 동료들인 주흥철, 최이삭, 그리고 KLPGA투어 박유나 등 조용히 선행을 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조건으로….

이형준은 코리안투어 5승을 노리고 있다. 선수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의 가족은 우승상금 전액기부를 고려하고 있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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