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스포츠=임성윤 기자]지난 1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텍사스 슛아웃 최종일 연장전에서 ‘한국계’ 노무라 하루(일본)이 ‘베터랑’ 크리스티 커(미국)을 제압하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한국시간 오전 7시 30분경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는 2시간 30분이 더 지나서야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승부가 나지 않아 연장전이 길어지는 데는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연장전을 지켜 본 많은 골프팬들은 분통을 터트렸을 것이다. 커의 행동 때문이다.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는 내리막길을 걷는 골프에 젊은 층을 유입하고자 선수들에게 빠른 경기를 강조하고 있다. 또 플레이 시간을 단축시켜 위반할 경우 가차 없이 ‘벌타’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LPGA투어는 그와 반대인 것 같다. 연장전에 돌입한 커는 유난히 시간을 끌었다. 캐디와 상의 후 클럽을 선택하고 어드레스에 들어가서 샷을 할 것처럼 하다 발을 뺐다. 그리고 클럽을 바꾸고 캐디와 얘기 하고 물을 마시고 매 샷을 할 때 마다 그런 식이었다. 그린에서도 유난 법석을 떨었다.

반면 비슷한 상황에서 하루의 플레이는 빠른 판단과 함께 샷을 했다.

하루는 자신의 샷을 한 후 매번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날씨는 쌀쌀해 지고 배고픔도 느꼈다. 또 오래 기다리느라 스윙의 밸런스도 깨졌다. 커의 노림수다.

▲ 크리스티 커<와이드스포츠DB>

사실 커는 LPGA투어에서도 까칠한 선수로 통한다. 슬로우 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중요한 순간에 이런 식으로 상대 선수의 흐름을 깨기로 뒷소문이 무성하다. 하지만 통산 19승을 거둔 커에게 누구하나 항의하지 못한다.

경기위원회도 문제다. LPGA투어의 인기몰이를 위해 빠른 플레이를 강조하면서도 이날만큼은 조용했다. 만약 노무라 하루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그린을 꽉 메웠던 갤러리들은 승부가 끝나지 않자 하나, 둘 자리를 떴다. 5차 연장부터는 그린주변엔 관계자들뿐이었다.

경기위원회는 연장 6차전까지 가는 동안 핀 위치도 바꾸지 않았고 홀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했다. 연장전이 2시간 30분을 끈 이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경우 연장전에서 선수가 슬로우 플레이를 하면 곧장 경고를 준다. 또 한 두 홀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핀 위치를 바꾸거나 홀을 바꿔 빠른 승부를 유도한다.

LPGA투어는 KLPGA투어에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임성윤 기자  lsyoon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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