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대회 생애 최저타를 친 강권일

[와이드스포츠=최웅선 기자]긴 휴식 끝에 개막한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첫날부터 우승 경쟁이 뜨겁다.

20일 경기도 포천의 대유몽베르컨트리클럽 브렝땅·에떼코스(파72.7060야드)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시즌 개막전인 제13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총상금 5억원) 대회 1라운드에서 ‘무명’ 강권일(36)이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뽐내며 버디 8개를 낚아 8언더파 64타를 쳐 단독 1위다.

▲ 예비신랑의 캐디로 나선 최현정씨

‘불꽃타‘ 뒤엔 예비신부 최현영(29)씨가 있었다. 최현영씨는 KLPGA 정회원으로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서 활동하는 현역선수다. 이날 예비신랑의 캐디백을 멨다. 산악코스라 힘들었지만 예비신랑의 성적을 위해 기꺼이 희생했다.

그래서 그런지 강권일은 이날 자신의 공식대회 최저타인 8언더파 64타를 쳤다.

강권일은 시드순번 155번이다. 이번 대회 필드사이즈 144명보다 한참 뒷줄이다. 다행이 일본에 진출한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2주 전에야 출전 통보를 받았다.

강권일은 “산악코스라 캐디백을 메는 예비신부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성적이 좋아 덜 미안하다”며 “남은 라운드 욕심 부리지 않고 차분히 풀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날 강권일의 스코어는 예비신랑과 예비신부가 합작한 스코어다. 강권일은 “오늘 보기가 없었지만 미스 샷이 종종 나왔다”며 “신부에게 물어보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콕 찍어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강권일과 예비신부 최현영씨는 3년 전 대전의 연습장에서 처음 만났다. 서로 연습을 같이 하며 자연스레 스윙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면서 마음이 통하고 믿음이 생겼다. 전지훈련을 함께 하며 사랑도 싹텄다.

지난해 KLPGA투어 정규투어 시드선발전에서 탈락한 예비신부는 예비신랑의 캐디백을 메기로 자청했다. 최현영씨는 “다른 사람보다 편할 수 있을 것 같아 백을 메기로 했다”며 “몸은 힘들었지만 서로 의지해 가며 투어를 뛸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뻤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힘들까봐 캐디백을 자꾸 끌어주기에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도 말을 안 듣고 계속 도와줬다”며 예비신랑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현영씨는 “오늘 잘했다고 해 욕심부리지 않고 내일도 오늘처럼 그냥 열심히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권일도 “남은 라운드 열심히 해 예비신부에게 좋은 결혼선물을 안겨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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