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가운데도 구름갤럴리가 모인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하나금융그룹 제공>

[와이드스포츠(인천)=최웅선 기자]생애 첫 우승을 놓고 격돌한 카롤로타 시간다(스페인)와 엘리슨 리(미국)는 최종라운드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단독선두로 출발한 엘리슨 리는 10번홀까지 4타를 까먹고 뒷걸음질 쳤다. 우승에 대한 부담이 스윙에 리듬을 깬 것이다.

반면 선두에 5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시간다는 10번홀까지 무려 버디 6개를 쓸어 담아 단숨에 14언더파 단독선두로 부상했다. 시간다와 엘리슨 리(10번홀까지 9언더파)의 타수차는 되레 뒤집어져 5타차.

시간다의 첫 승으로 분위기가 굳어졌다. 하지만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는 골프 격언은 딱 맞았다.

무섭게 질주하던 시간다는 14번홀 티샷을 페어웨이에 보내 놓고도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뜨렸다. ‘쓰리 온 투 퍼트’만 해도 보기로 끝낼 수 있는 평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생애 첫 우승이라는 부담감은 평범한 상황을 졸지에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 만들었다.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을 미스하면서 그만 벙커 턱에 걸렸다. 4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시간다는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2타를 토해냈지만 엘리슨 리와는 여전히 3타차의 여유가 있다.

남은 홀에 난이도가 있어 시간다가 실수만 하지 않으면 뒤집기 힘든 타수차다. 그러나 16번홀(파4) 보기로 스스로 간격을 더 좁혔다.

그 사이 단독선두에서 추락한 엘리슨 리는 15번홀(파4) 버디로 1타차로 추격했고 시간다가 18번홀(파5) 보기를 토해낼 때 17번홀(파3) 극적인 버디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엘리슨 리의 첫 우승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엘리슨 리는 18번홀(파5) 페어웨이에서 친 샷을 그대로 해저드에 빠뜨려 연장으로 끌려갔다. 승부는 연장 첫 홀에서 시간다의 버디로 막을 내렸다.

시간다는 2012년 수잔 페테르센, 2013년 양희영, 2014ㄴ년 백규정에 이어 이 대회 4번째 연장전 우승자이자 사상 첫 5타차를 뒤집고 우승한 선수가 됐다. 

뒤집고 뒤집히던 스코어는 대회장을 찾은 골프팬들에게 스포츠에서만 볼 수 있는 각본 없는 드라마의 명장면을 보여주었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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