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샷 후 공의 방향을 바라보는 엘리슨 리<하나금융그룹 제공>

[와이드스포츠(인천)=최웅선 기자]“마지막 날 느끼는 부담감은 어쩔 수 없다”

국내 유일의 미국LPGA투어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경기를 끝낸 엘리슨 리(미국)의 솔직한 심정이다.

16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바다코스(파72.6316야드)에서 열린 최종라운드를 3타차 선두로 출발한 엘리슨 리는 생애 첫 우승이라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지난 7월에 마라톤 클래식에 이어 또 한 번 주저앉았다.

3라운드 경기가 끝난 후 엘리슨은 “10타차 선두라도 마지막 날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 부담은 있다”고 말했다.

톱클래스의 선수가 어이없는 실수로 다 잡은 우승을 날려 버린 것이 바보스럽지만 사실 PGA투어의 최고 선수도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역전패를 당하곤 한다.

▲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있는 카롤로타 시간다<하나금융그룹 제공>

지난 4월 당시 남자골프 세계랭킹 2위였던 조던 스피스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또 골프의 전설로 통했던 아놀드 파머(미국)도 현역시절 두 번이나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1999년 디오픈에서 폴 로리(스코틀랜드)는 장 반 드 발드(프랑스)에게 10타 뒤진 상황을 극복하고 ‘클라렛저그’에 입맞춤했다. 당시 발드는 17번홀까지 3타차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2010년 한국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양용은이 노승렬을 상대로 10타차 열세를 극복하고 정상을 밟았다.

생애 첫 우승을 앞둔 선수가 최종라운드 선두로 출발하면 부담감은 더 커진다. 반면 선두를 추격 중인 선수는 심리적 압박이 덜 하다.

심리적 불안은 평소보다 심장을 더 빨리 뛰게 한다. 그러다 보니 스윙리듬에 영향이 오고 밸런스가 무너진다.

그러나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는 타수차가 나기 때문에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평온한 마음으로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최종라운드를 앞둔 엘리슨은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플레이 한 적이 별로 없었지만 매번 원하는 결과(우승)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의 나라 한국에서 엘리슨 리는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이번에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반면 선두에 5타 뒤진 4위로 출발한 카롤로타 시간다(스페인) 데뷔 5시즌 만에 생애 첫 우승에 기쁨을 맛봤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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