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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박세리 은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최웅선 기자 | 승인 2016.10.13 17:37
▲ 1번홀 티잉 그라운드 한쪽에서 박세리를 응원하는 팬들<최웅선 기자>

[와이드스포츠(인천)=최웅선 기자]“골프가 내 인생의 전부였는데 자리를 떠나려니 눈물이 난다”

청명한 가을하늘은 박세리(39.하나금융)의 티오프를 앞두고 잠시 구름이 해를 가렸다. 한국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의 마지막 경기를 슬퍼하는 분위기다.

박세리의 은퇴 경기를 보려는 팬들은 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리는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바다코스 1번홀에 일찌감치 운집했다.

그들은 박세리라고 적힌 빨간 수건을 들어 선수로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를 아쉬워했다.

티오프를 기다리는 박세리의 얼굴엔 LPGA투어 데뷔 때인 19년 전보다 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그는 멍하니 코스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골프선수로서 자신의 영광과 아쉬운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것이다.

티잉 그라운드 한쪽엔 ‘박세리 당신을 영원히 기억합니다’란 대형 현수막을 펼친 팬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장내 아나운서가 박세리를 소개하자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는 갤러리에 답했다.

티샷을 준비하는 그에게서 긴장과 떨림이 넘쳐흐른다. 1998년 US여자오픈 때도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티샷은 페어웨이를 지나 왼쪽 러프에 떨어졌다. 긴장 때문이다. 두 번째 샷을 준비하면서 클럽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몇 번이나 클럽을 바꿨다. 역시 긴장 때문이다.

두 번째 샷은 더 큰 미스가 나 오른쪽에 떨어졌다. ‘생크’다. 무척 실망한 표정이다. 결국 보기를 범했다. 14번홀까지 9개의 보기를 범한 박세리는 15번홀, 선수로서 자신의 마지막 버디를 기록했다.

▲ 눈물을 참으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는 박세리.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박세리의 열린 은퇴식은 울음바다였다. 그가 한국골프역사에 남긴 발자취를 돌이켜 보면 너무 초라했다. 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한국골프계와 골프팬들이 해 줄 수 있는 전부였다.

박세리는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티박스로 갈 때까지 은퇴를 실감하지 못했다”며 “티잉 그라운드에 많은 팬들이 목에 수건을 두르고 수고했다고 응원해 주니까 그때부터 실감이 났다”며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18번홀 티박스에 섰을 때는 흐르는 눈물 때문에 티샷을 할 수 없었다. 또 마지막 홀 그린으로 갈 때까지 내내 울었다. 박세리는 “오늘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바라봐 주시는 게 너무 좋았고 우승할 때 보다 더 행복했다”며 “이렇게 많은 감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마지막 라운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은 나는 너무 행복한 사람이다. 감사하다”란 말로 짧고도 긴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세리는 세계 최강 한국여자골프의 현재와 미래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의 LPGA투어 개척기는 자양분이 되어 어린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고 그를 보고 골프를 시작한 박인비는 116년 만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부활한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따내 세계 최초 ‘골든 그랜드슬램’이란 세계 골프역사를 만들어 냈다.

박세리의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그는 지난 11일 은퇴 공식 기자회견에서 ‘골프선수만이 아닌 모든 운동선수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향후 진로를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에게 존경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미 많은 선수들에게 사랑 받고 존경 받고 있다. 골프팬들은 박세리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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