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 놓은 ‘불보사찰 (佛寶寺刹)’ 통도사에는 영축산을 배경으로 19개 암자를 거느리고 있다. 불자에게 통도사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성지’다. 와이드스포츠의 ‘와이드TV여행’에서는 통도사의 19개 암자를 모두 답사하고 그 중 자장암, 서운암, 반야암, 비로암, 사명암 등을 영상에 담았다[편집자주]

[와이드스포츠(양산)=최웅선 기자]불보사찰 통도사 입구를 지나서도 한참을 구불구불 돌고 돌니 영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108계단을 오르니 속세의 번뇌가 가을바람에 날리고 고인돌을 닮은 ‘돌문’이 부처의 세계로 인도한다. ‘자장암(慈藏庵)’은 통도사의 암자라 불이문이 없다. 그러나 자장암을 드나드는 불자는 ‘돌문’을 마음 속 ‘불이문(不二門)’이라 여긴다.

자장암은 통도사를 창건하기 전 자장율사가 영축산을 마주 본 바위 절벽 아래 작은 움막을 짓고 수도하던 곳이다. 신라 진평왕 때니 벌써 1400년이 흘렀다.

시끌벅적한 휴일이 지나 평일인데도 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웅전에 합장하고 약속이나 한 듯 법당 뒤로 발걸음을 옮긴다. ‘금와보살’을 친견하기 위해서다. 금와보살은 금개구리를 말한다.

▲ 금와공에서 금개구리(금와보살)을 찾는 신자

1400년 전 자장율사는 두 마리의 개구리가 부처에게 올릴 청정수를 자꾸만 혼탁하게 하는 것을 보고 청정수 위 석벽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 개구리를 살게 했는데 이후 지금까지 구멍을 떠나지 않는다는 전설이다. 사람들은 금개구리를 친견하기 위해 숨죽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내 눈엔 금개구리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머니 한 분이 금개구리를 친견했다고 자랑한다. 그러자 동행인 듯한 아주머니가 석벽 구멍에 눈을 밀착시키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한 참을 그렇게 있더니 ‘어디 있는 거야’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보원스님은 “금와보살은 전설이 아닌 실존하는 사실”이라며 “작년엔 4번 ‘금와공(자장율사가 손가락으로 뚫은 구멍)’에 머물렀는데 작년 7월 이후 지금까지 금와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걱정한다. 그러면서 “금와보살이 사월 초파일(석가탄신일 음력 4월 8일) 등 큰 일이 있을 때 어김없이 금와공을 지켰는데 언제쯤 다시 올지…”라며 근심을 숨기지 않았다.

자장암에 온 한 보살은 “2014년 수능 예불 때 금와공에 금와보살이 나타났다”며 “당시 금와보살을 친견한 분들의 자식이 원하는 대학에 모두 입학했다”고 귀띔한다. 전설이라고 믿었던 ‘금와보살’이 실존한다니 친견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전설을 아는 사람들은 자장암에서 금와보살을 친견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보원스님은 “자장암에는 개구리가 많은데 모두가 금와보살은 아니다”라며 “개구리가 금와공 안에 있어야 금와보살”이라고 설명한다.

금와공은 석벽 아래로부터 150cm 쯤에 위치했다. 90도의 직벽이라 개구리는 올라가지 못한다. 금와보살만이 금와공까지 올라갈 수 있다.

석벽에서 두 세 걸음 물러서 보면 금와공 자리는 코끼리 형상이다. 불교에서 위용과 덕을 상징하는 코끼리가 금와보살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금와보살이 있는 곳을 금와당이라 칭한다.

자장암에는 세 마리의 거북이(거북바위)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거북이 등에 석가모니를 모시는 관음전을 올렸다. 머리는 금와당 청정수 옆에 있고 앞마당에 꼬리가 있다. 또 한 마리는 코끼리 바위(금와공과 마주서면 오른쪽) 옆이다.

관음전 오른쪽은 높이 4m의 마애불이다. 중앙에 아미타불좌상이 좌우에는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새겨졌다. 아미타불이 머리 위에 큰 거북이를 이고 있다.

관음전 왼쪽에는 사자가 부처의 진신사리를 지키고 있다. 진신사리는 바위에 20cm의 구멍을 뚫어 그 안에 모시고 삼층석탑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과 행운을 빌기 위해 금와보살을 친견하러 온다. 먼 곳을 찾아온 그들에게 승려들은 요사채를 행자들의 쉼터로 내주고 먹거리를 내어 허기와 갈증을 풀어준다. 큰 명절에 할머니 댁 대청마루에 온 가족이 모여 담소하는 행복한 모습이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이다.

허기와 갈증을 푼 행자들은 무심히 앞산을 바라보고 영축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영축산과 자장암은 1400년이란 긴 시간 동안 함께했고 또 수천 년의 세월을 그렇게 행자들을 품안에 안으며 그들의 근심을 풀어주고 안녕과 행복을 빌 것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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