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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스포츠(울산)=최웅선 기자]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았던 잿빛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속살을 드러냈다.

울산 대왕암공원에 들어서자 ‘목장승’이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한다. 목장승 좌우로 두 갈래 길을 따라 해송이 도열해 햇볕을 가린 산책로를 만들었다.

솔밭 길을 따라 5분쯤 내려가자 탁 트인 바다 앞에 황토색 기암괴석이 솟았다. 절로 탄성이 나온다.

해송 그늘 아래 연인이 꼭 끌어안은 듯 한 쌍의 바위가 애처롭게 남쪽 바다를 바라본다. 언제부터 서 있었을까? 무엇 때문일까?

바위 한 쌍을 뒤로 한 사람들…. 풍경에 취해 카메라에 추억을 담느라 여념이 없고 한쪽 바위에선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야생화를 담기에 분주하다. 바다와 맞닿은 바위 위에는 강태공의 모습이 위태롭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울기등대와 대왕암

다리(대왕교) 위에 서자 동해바람이 태양에 달궈진 몸을 식혀준다. 휴일이라 그런지 대왕암으로 향하는 발길은 끊임이 없다.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아름다운 바위섬 대왕암은 눈으로만 즐기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바위섬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욕심은 땅과 섬(대왕암)을 잇는 대왕교를 놓았다.

대왕교를 건너자 망나니 청룡이 갇혔다는 ‘용굴’이다. 파도마저 숨을 죽였다. 무엇 때문에 언제부터 갇혀 있는 것일까? 용굴 반대편 파도는 바위를 부술 듯 심술궂다.

바위틈에 해송이 뿌리를 내린지 오래고 대왕암 꼭대기 전망대는 ‘인증샷’을 찍느라 소란스럽다. 고래가 노는 바다에선 제트스키가 춤을 춘다. 그러나 바닷바람에 덮여 파도소리만이 귓가에 울린다.

난간을 연결한 ‘와이어(쇠줄)’에 자물쇠가 걸렸다. 아마도 영원히 변치말자는 사랑의 약속인 듯하다. 이름 모를 그들의 약속처럼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위를 디딤돌 삼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만사 근심 걱정이 말끔히 씻긴다. 대왕암에서 바라 본 땅은 욕망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난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다. 또 다시 그 땅에 발을 들여 놓으려 발걸음을 옮긴다.

기암해변 오른쪽으로 펼쳐진 몽돌 밭이다. 미포해안부터 대왕암공원을 지나는 해안 길로 ‘대왕암 솔 바람길’이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북쪽 산등성이를 넘어 주차장과 만나는 계단 길로 내려가면 바로 일산해수욕장이다.

대왕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또 있다. 동해의 길잡이 ‘울기등대’다. 입구에 들어서면 ‘수도꼭지’ 형상을 하고 있는 ‘트릭등대 분수대’가 눈길을 끈다. 공중에 붕 떠 있는 착시현상이 난다.

백년(1905년 세움)이 넘은 울기등대다. 일제강점기에 건축됐다. 일본은 등대 주변 군사기지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소나무도 함께 심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등대보다 키가 자라 역할을 못하자 1987년 촛대모양의 신등탑이 세워졌다.

산업도시 울산은 관광과는 거리가 먼듯하지만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 ‘십리대밭’,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 등 풍성한 볼거리가 많다. 대왕암 역시 꼭 가볼만한 울산 8경 중 하나로 옛 선비들이 해금강이라 부를 만큼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 일산해수욕장부터 대왕암까지 이어지는 '대왕암 솔바람길'

▲ 대왕암공원은?

1962년 울산에서 처음으로 공원에 지정됐다. 원래는 일제강점기시대 대왕암 근처의 울기등대의 이름을 따 ‘울기등대공원’이라 불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잔해라 해 1984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울산광역시는 미포해안부터 대왕암공원과 슬도를 지나 예전부두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을 정비해 ‘대왕암 솔바람길’을 완성했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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