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시현. <사진=KLPGA 제공>

[와이드스포츠=임성윤 기자] 안시현(32.골든블루)이 12년만에 국내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우승상금만 2억원인 메이저 대회에서의 우승이다. 20대 초반의 젊은 골퍼들이 득세하고 있는 국내 여자프로골프에서 안시현의 우승은 개인적인 의미를 떠나 큰 의미를 갖는다.

안시현은 지난 주말 진행된 KLPGA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역전 우승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3승이자 KLPGA 2승째, 무엇보다 만 32살이라는 나이로 차지한 12년만의 우승이자 ‘엄마골퍼’로서 달성한 우승이라는 점에서 뜻 깊다.

안시현은 우리나라 나이로는 33살이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선수층이 젊어진데다 이 또래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30대 골퍼들이 설 곳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선수 생명 주기도 짧아져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은퇴를 고려하는 선수들도 상당수다.

안시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가 2011년 결혼과 함께 투어생활을 마감했다. 그러나 출산과 이혼 이후 다시 투어 복귀를 선언했고 투어 풀시드를 획득하는 등 투어선수로서 당당히 클럽을 들었다.

물론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다. 육아와 투어를 병행해야 했기에 주말에는 아이의 얼굴을 보기 힘들었고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과정이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지 못했다. 까마득한 후배들 사이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도 부담이었다. 올 시즌 대회에서는 대부분 40위권 성적에 머물렀고 1주 전 S-OIL 챔피언스에서는 컷 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안시현 스스로 “‘앞으로 골프선수를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고 떨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안시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한국여자오픈에 참가했고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현실에 무릎을 꿇었다면 만들어 낼 수 없는 결과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안시현은 투어 생활을 더욱 길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는 “언제까지라는 구체적인 시기를 정해 놓지 않았다. 몸 관리만 잘 한다면 오랜 기간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싱글맘’으로서 갖는 의미도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들은 육아, 가사, 경제적 문제 등을 홀로 해결해야 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취약에 포함돼 다양한 지원사업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실제 이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적고 사회적 입지 역시 열악한 상황이다.

이 와중의 안시현의 우승은 ‘노력하면 이루어 진다’는 하나의 희망을 전해줬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서는 KLPGA 무대,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차지한 우승이라는 결과는 골프선수로서도, 싱글맘으로서도 큰 의미를 전달했다.

안시현은 “많은 골프선수들이 20대 중반이 넘어서면 슬럼프에 빠지고 골프선수로서의 길을 포기하고는 한다. 각각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일 수는 없으나 대부분 하나의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자신이 볼 때는 큰 문제일 수 있으나 객관적인 시각에서는 작은 문제일 수 있다. 그 하나의 난관만 넘어서면 이겨 낼 수 있다. 포기하지 말고 눈 앞의 하나의 문제부터 해결하려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는 조언을 전했다.

수많은 인생역정을 겪은 후에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라 더 기쁜 것 같다고 말한 안시현은 앞으로도 선수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도다. ‘골퍼가 천직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최고의 자리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베테랑이자 인생 골퍼로서의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한 안시현은 참가하는 매 대회대회에서 또 다른의미의 골프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임성윤 기자  lsyoon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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