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스포츠=임성윤 기자] 대한체육회가 어려운 체육인을 돕겠다는 취지의 자선 골프대회를 열었지만 그 방식과 과정에 있어 이해하기 힘든 요소들이 존재해 의아함을 자아낸다.

대한체육회가 기획한 자선 골프대회가 30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여주CC에서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 한국체육기자연맹이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내수 경기 활성화, 어려운 체육인 지원, 체육계 화합의 계기 마련 등을 목표로 마련됐다.

참가 공문을 받은 단체만 해도 대한축구협회, 대한양궁연맹, 대한육상연맹, 대한사격연맹, 대한빙상경기연맹, 대한골프협회, 대한당구연맹을 포함한 30여개 단체에 이르며, 강영중 대한체육회 공동회장, 김성일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을 비롯해 약 54명의 굵직굵직한 체육단체장과 체육인이 참가한다.

이들이 동참한 자선 골프대회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한 자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자선 골프대회를 기획한 계기 및 과정, 그리고 진행방식에 있어 일반상식과는 거리가 먼 요소들이 존재한다.

먼저 자선 골프대회의 의도다. 이 대회는 문화관광부의 후원으로 내수경기 활성화라는 명분을 가장 먼저 앞세우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말 박근혜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골프허용 의사를 밝힌데 이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골프 회동을 가진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때문에 ‘자선’이라는 본래의 취지보다 정부방침에 체육계가 동참하고 있다는 의지표명이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자선골프대회가 열리는 장소 역시 여주CC로 동일하며 후원 및 주관이 정부 및 예하단체 주도로 진행된 것도 체육회의 자발적인 자선이 아닌 ‘보여주기 식’ 행정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방식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이 대회의 개최 보도자료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이름으로 배포됐지만 각 단체장의 참여를 요구하는 참여 공문은 대한체육회 이름으로 발송됐다. 공문 외 적으로 ‘단체별 1인 이상은 꼭 참석하기 바란다’는 요구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라운딩 조 편성표까지 사전에 제작돼 배포 됐다.

대한체육회 예하 단체들로서는 ‘거부’의사를 표명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공문이었며 이미 다른 일정이 있었던 단체장들은 마땅한 대리자를 구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공문이 발송된 날짜는 지난 5월 26일이다. 불과 대회 4일전에 참가요구 공문을 보낸 것으로 각 단체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무리한 일정 진행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자선기금의 하한선 통보’다. 대한체육회장 이름으로 각 체육단체에 발송된 공문에는 개인별 참가비용이 ‘30만원 이상’으로 명시됐다. 30만원 이상의 금액을 대행사 계좌로 사전에 입금해야 하며 개인에게 후원되기에 기부금 영수증조차 발행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달렸다.

▲ 대한체육회가 예하 단체로 보낸 참가요청 공문.

물론 개인에게 수령증을 받아서 증빙을 대체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자선골프대회’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상한선 없이 하한선이 정해진 ‘자선’이 과연 ‘자선’일지는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참가비를 가장한 기부금의 형식이기에 참가단체들은 다른 단체에서 어느 정도의 금액을 제시할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단체장의 참가여부, 참가 금액 조정, 영수증 처리 여부 등 하나하나에 골머리를 싸 맬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골프활성화를 통한 내수경기 진작 정책은 실제 ‘고위공직자 및 경제단체장들의 골프와 경기회복의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성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못한 논란중인 정책이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체육계가 ‘자선’이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후원하는 골프대회를 개최했다는 것은 그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무리한 측면이 있다. 특히 강요에 가까운 동참 촉구, 자선기금 하한선 제시 등의 사안은 ‘탁상행정’, ‘보여주기 행정’을 위한 요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참가자 본인이 라운딩 비용을 부담하며 자선기금을 사전에 모금했다. 대회 개최비를 제외한 잔여 기금은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전달해 생활이 어려운 체육인을 지원할 예정’이라 밝히고 있다.

억지로 걷어낸 참가비에서 라운딩 비용과 대회 개최비를 제하고 남은 돈을 대한체육회와 대한 장애인체육회에 전달한다는 뜻이다. 과연 이렇게 모인 돈이 얼마나 될 것인지, 그리고 진정 생활이 어려운 체육인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인지 확인이 필요할 듯 보인다.

임성윤 기자  lsyoon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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