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용은이 유러피언 투어 BMW 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공동선두에 올려 저력을 확인시켰다. <사진=와이드스포츠 DB>

[와이드스포츠=임성윤 기자] ‘바람의 아들’ 양용은(42·KB금융그룹)이 유러피언투어의 메이저 대회에서 공동 선두에 올라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양용은은 26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파72·7302야드)에서 진행된 유러피언투어 BMW PGA 챔피언십(총상금 500만유로) 1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기록, 스콧 헨드(호주)와 주스트 루이튼(네덜란드)과 함께 공동선두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유러피언 투어 볼보차이나 오픈 우승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양용은이었으나 이날의 선전은 ‘바람의 아들’이라 불리던 노장의 건재함을 알리는 투혼이었다.

양용은은 지난 2009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누르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한국 선수로는 첫 ‘메이저 대회 챔피언’을 달성했다. 당시 PGA투어에서는 최경주가 우승을 달성한 바 있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의 우승은 처음이었기에 양용은은 한국 남자골프의 돌풍을 이어갈 주역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이후 양용은의 행보는 눈에 띄지 않았다. PGA투어에서 2010년 톱텐에 2번, 2011년에 5번 올랐지만 우승권에 다가가진 못했고, 2012년 이후부터는 단 한번도 톱25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메이저대회 챔피언에게 제공되는 5년간의 PGA투어 시드기간이 종료된 뒤에는 시드를 유지하지 못해 주 무대를 유러피언투어로 옮기기도 했다.

양용은의 시대는 끝났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고, 타이거 우즈와의 맞대결을 통해 거머쥔 메이저대회 챔피언이라는 세계 골프사에 남을 업적은 깜짝 우승일지 모른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실제 양용은은 2013년 2014년 투어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하는 비율이 더 많은 저조한 모습을 보였고 한 때 세계랭킹 30위 안에 포함됐던 순위 역시 2014년에는 600위권 밖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양용은은 꾸준히 대회에 참가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주춤했던 2013년과 2014년을 지나 지난해에는 유러피언투어 18개 대회에 참가해 40만유로(약 5억4,000만원)이상의 상금을 획득했다.

현재 양용은의 세계랭킹은 337위다. 전성기 당시와 비교하기에는 초라한 성적표임이 맞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가는 모습은 ‘노장’의 굳건함 그 자체일 수 있다.

양용은이 기록한 이번 대회 1라운드 공동 1위의 성과는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고 6년만의 우승을 예고하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반면 급작스런 이변이 만들어낸 깜짝 선두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건재함을 당당하게 알린 성과만으로도 양용은은 대한민국 골프의 높은 저력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6년여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양용은의 행보는 우승여부와는 별개로 노련한 노장의 아름다운 도전기를 알렸다는데 더욱 큰 의의가 있다. 물론 결과가 우승으로 장식된다면 더할 나위없는 금상첨화다.

임성윤 기자  lsyoon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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