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스포츠(영종도)=임성윤 기자] SK텔레콤 오픈은 불꽃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로 인해 더욱 빛났다.

22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파72·7,209)에서 열린 제20회 SK텔레콤 오픈 최종라운드에서는 이상희(24)가 거센 선배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최종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진행된 최종라운드에서는 이상희를 비롯해 상위권에 포진한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 박상혀(33.동아제약) 등의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졌으나 이상희는 전날 올라선 단독선두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우승컵을 쟁취, 3년8개월만의 우승을 신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눈에 띄는 것은 참가 선수들의 우승을 향한 투혼이었다. 스타트는 이상희(24)가 끊었다. 1라운드에서 선두에 올라선 이상희(24)는 고열에 시달렸음을 털어 놨다. 대회 전날 진행된 프로암 이후 컨디션이 악화 되더니 체온이 38도까지 올랐고 결국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이상희는 밤새도록 고열에 시달리다가 영양제를 맞고 나서야 1라운드에 겨우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악의 컨디션에 돌입한 대회에서 이상희는 단 하나의 보기도 없이 버디만 5타를 잡아내는 투혼을 발휘했고 단독 선두에 올라설 수 있었다.

3라운드에서도 단독 선두를 기록한 이상희는 “아직 미열이 남아있고 컨디션도 좋지 않지만 성적이 좋아 오히려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는 우승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 SK텔레콤오픈 2016 우승컵을 차지한 이상희는 1라운드 당시 고열에 시달리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사진=KPGA제공>

둘째 날에는 허인회(29.국군체육부대)가 캐디 없이 직접 골프백을 짊어지고 경기에 임했음에도 홀인원을 잡아내는 저력을 보였다. 전날 저녁 서울로 올라간 캐디가 2라운드 시작 시간이 다 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으로 허인회는 “출발시간이 임박해서야 온 전화에서 ‘늦을 것 같다’는 소식을 접한 뒤 직접 골프백을 메고 대회에 참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허인회는 무게에 대한 우려로 14개의 클럽 중 드라이버, 3번우드, 유틸리티, 5번, 7번, 9번 아이언, 58도 웨지, 퍼터 등 8개의 클럽만 골프백에 넣었다. 물도 챙기지 않았고 공도 딱 3개만 가지고 출전했다. 목이 마르면 물이 비치된 홀에 도착 할 때까지 참았다.

그럼에도 허인회는 초반 9개 홀에서 단 하나의 보기만 범하는 무난한 모습을 보였고, 후반에는 7개 홀에서 5개의 버디를 쓸어담는 상승세를 보였다. 그리고 17번째 홀인 8번홀(파3)에서 홀인원까지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허인회는 “190야드 정도의 거리였기에 6번 아이언으로 쳐야 했는데 6번 아이언을 가지고 오지 않아 난감했다”며 “7번 아이언으로 치자니 짧을 것 같아 5번 아이언으로 컨트롤 하면서 쳐야 겠다 생각한 샷이 홀인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셀프 라운딩 투혼을 펼친 허인회는 2라운드의 선전을 바탕으로 본선 3라운드에 공동 6위의 성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다만, 이때의 여파로 어께 통증이 발생, 3라운드 9개 홀 플레이 후 기권을 선언해야 했다. 첫 번째 홀부터 양쪽 어께에 통증이 샷을 방해하더니 9번 홀을 마칠때는 도저히 스윙을 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 결국 허인회는 기권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 허인회는 캐디의 소식두절로 '셀프라운딩'을 펼쳐야 했음에도 홀인원을 기록, 화제를 모았다.<사진=KPGA 제공>

3라운드 단독 2위에 올랐던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 역시 부상을 견뎌내며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5승을 기록하며 상금왕과 대상을 거머쥔 김경태는 올 시즌 일본투어에서도 2승을 추가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내 대회에서의 우승은 2011년 매경오픈 이후 현재까지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김경태는 이번 SK텔레콤 오픈에서의 우승을 목말라했다. 그러나 몸 컨디션이 녹록치 않았다. 1달여 전에 발생한 왼쪽 허리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몸통스윙을 할 수 없었고 팔 혹은 손목으로만 스윙을 하는 빈도가 증가했다. 체중이동 중 스윙자체가 멈추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2주전 매경오픈 이후 MRI 검사를 받았지만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신경이 눌린 듯 하다는 애매한 진단이 전부였다. 김경태는 이 사이에도 허리 통증이 지속돼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시달렸다.

▲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가 허리 통증에도 투혼을 발휘, 제20회 SK텔레콤 오픈 준우승을 차지했다 <사진=KPGA제공>

그럼에도 김경태는 3라운드에서 1타차 단독 2위를 고수했고 결국 치열한 우승경쟁 끝에 최종 단독 2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할 수 있었다.

KPGA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자신만의 고충을 이겨내고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이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좋은 모습을 보인 경우가 특히 부각돼 긍정적인 전례로 남았다.

임성윤 기자  lsyoon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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