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골프가 변화하고 있다. 국내외 골프대회에서 여자골프에 비해 소외된 경향이 많았던 남자 골프였으나 올 시즌에는 연이은 선전과 긴장감 넘치는 경기로 흥행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KPGA제공>

[와이드스포츠=임성윤 기자] 한국 남자프로골프에 긍정적인 요소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침체기를 걸었던 한국 남자골프에 청신호가 켜질지 관심사로 떠오른다.

최근 한국 남자골퍼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낭보 및 흥행요소들이 잠시 떠나 있던 골프팬들의 이목을 다시 불러들이는 모양새다.

남자 골프의 선두주자는 안병훈(25·CJ그룹)이다. 안병훈은 2주 전 취리히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함에 따라 PGA투어 사무국으로부터 올 시즌 정규투어에 ‘특별회원’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는 페덱스컵 포인트를 충족 시켰음을 통보받았다.

유러피언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병훈은 지난 해 신인왕을 거머쥐는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PGA투어에서는 델 매치플레이에서 세계랭킹 5위 리키 파울러(미국)와 같은 조에 편성 됐음에도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등 한국 돌풍의 선두 주자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5월 1일 진행된 취리히 클래식에서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저력을 발휘해 왔다. 상대적으로 미국PGA 투어에 관심이 많은 국내 골프흐름을 감안하면 안병훈의 활약에 따른 골프 자체에 관한 관심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병훈이 자리를 비운 유러피언투어라 해도 한국 골프의 돌풍은 이어지고 있다. 이수민(23·CJ오쇼핑)과 왕정훈(21)이 2주차이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이수민은 지난 달 25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기상악화와 일몰 등의 영향으로 대회 일정이 수시로 변하는 상황이었으나 이수민은 경쟁자들을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왕정훈 역시 지난 9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하산 2세 트로피에서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나초 멜비라(스페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왕정훈은 만 20세 256일의 나이로 차지한 우승이라 유러피언투어 최연소 우승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남자골프에서도 한국 돌풍이 지속되리라는 기대치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골프투어에서의 상황도 긍정적이다.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GS칼텍스 매경오픈, 2개 대회만 진행된 KPGA투어이지만 다양한 흥미요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즌 전 협회차원에서 다양한 흥행방안들을 만들어 낸 것이 경기력 향상 및 흥미요소 유발의 밑거름이 됐다. KPGA는 올 시즌를 준비하면서 DGPS 시스템, 먼데이 예선 확보, 우승 특혜 변경, 대상포인트 다변화 등을 시도 했다.

아직 성과를 확인하기에는 시기상조라도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투어 충성도 고취 및 다양한 출전기회의 확대, 실력에 의한 출전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양휘부 회장 취임과 함께 생겨난 변화다.

KPGA 투어 자체의 재미도 한 몫을 한다.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는 최진호(33·현대제철)가 우승을 했지만 20여명이 펼치는 2위 싸움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홍순상(34·다누)과 공태현(22)이 하루에 두 번씩이나 연이어 터뜨린 코스레코드도 진기록의 한 축을 만들어 갔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근래에 볼 수 없었던 최종 승부가 펼쳐졌다. 이수민(25·CJ오쇼핑)과 이창우(25·CJ오쇼핑)의 최종라운드 추격전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앞서나가던 이수민은 유러피언투어 선전 인터내셔널 이후 2주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었고 이를 쫓던 이창우는 막판 역전극을 펼치기 위한 추격에 나섰다.

이들의 쫓고 쫓기는 승부만으로도 대회의 재미는 극대화 됐다. 15~16번홀에서 이창우의 역전 및 이수민의 재역전 등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기가 연출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은 이들이 아닌 복병 박상현(33·동아제약)의 몫이 됐다. 마지막 2개 홀에서 선두 두명이 모두 타수를 잃어버리자 3위였던 박상현이 연장 승부에 나서게 된 것. 박상현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스스로 무너진 이수민을 꺾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박상현 역시 연장 승부에서는 단 한번의 우승도 차지한 경험이 없었기에 이번 우승은 무엇보다 값진 우승이 됐다.

여자골프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남자골프가 올 시즌 흥미요소의 등장으로 희망을 품고 있다. 문제는 이후의 과정이다. 이는 선수와 협회 모두에게 해당된다.

선수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최상의 플레이를 펼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극적인 우승스토리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은 비쳐야 하며 협회는 대회 개최 및 운영에 있어서 선수들의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대치를 가득 머금은 새싹이 고개를 들고 있는 남자골프에 있어 현 시기는 상당히 중요하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역시나 라는 실망으로 만들지 아니면 진정 골프자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원년으로 자리매김 할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 시즌 현재까지의 남자골프의 성적을 보자면 갤러리의 적극적인 참여, 선수들의 선전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임성윤 기자  lsyoon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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