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 번쩍 들고 포즈 취한 박성현<KLPGA제공>

[와이드스포츠(김해)=최웅선 기자]“연속 우승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걸 이뤄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박성현(23.넵스)이 2주 연속 우승과 함께 시즌 3승을 달성했다. 24일 경남 김해의 가야컨트리클럽 신어·낙동코스(파72.6856야드)에서 열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2016’에서다.

작은 꿈을 이뤘지만 우여곡절이 많은 험난한 우승이었다. 그래서 더 가슴 벅찼다. 박성현은 “우승 퍼트를 성공시키고 ‘정말로 우승 했나’ 싶을 정도로 우승을 느끼지 못했다”는 얼떨떨한 우승 소감을 밝혔다.

우승 인터뷰를 위해 프레스룸에 들어 온 박성현은 우승의 기쁨 보다는 피곤이 역력해 보였다. 몸이 피곤해도 우승 한 방이면 몸에 아드레날린이 넘쳐 생기를 찾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럴 만도 했다.

2라운드 8언더파 64타 코스레코드를 작성하고 1타차 단독선두로 나섰지만 샷감은 바닥이었다. 퍼트가 일등공신이었지만 기대치 이하였다.

그럼에도 박성현은 우승했다. 강력해진 맨탈 덕분이다. 9번홀(파5) 이글로 3타차 선두까지 달아났던 박성현은 16번홀(파5) 김민선5(21.CJ오쇼핑)의 버디로 2타차로 좁혀졌다.

땅에 떨어진 샷감은 우승을 코앞에 둔 17번홀(파3)에서 나왔다. 아이언 티샷이 밀리면서 해저드에 빠졌다. 더블보기를 허용한다면 연장전이 뻔하기 때문에 보기가 절실했다.

박성현은 “김민선5의 샷이 짧아 길게 잡았는데 미스 샷까지 겹쳤다”며 “해저드로 걸어가며 멍했지만 보기로 막을 수 있다면 자신감이 있어 긴장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1타차로 쫓긴 상황에서도 박성현은 18번홀(파4) 티샷, 두 번째 샷까지 실수를 했다. 그린엣지에서 퍼터로 친 세 번째 샷까지 짧아 파를 지키기엔 힘들어 보였다.

박성현은 “(18번홀 파 퍼트)안 들어가면 한 번 더 퍼트하고 연장전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다”며 “한홀 더치자는 생각을 하니 파 퍼트가 긴장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미스 샷을 하고도 표정의 변화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날은 샷과 퍼트를 하고 수 없이 몸짓을 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아쉬움의 간절한 표현이다. 그만큼 샷감과 퍼트감이 엉망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우승이라는 고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더 강력해진 맨탈 때문이다. 생애 첫 우승을 거두고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작년까지 미스 샷이 반복되면 ‘자포자기(自暴自棄)’ 한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챔피언조에서 우승경쟁을 펼치다 주저앉으면서 또 세계정상급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몸으로 얻은 교훈은 ‘강한 맨탈 받쳐줘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챔피언조를 따라 다니는 갤러리 군다<KLPGA제공>

박성현은 “예전 같으면 샷을 미스하면 많은 생각을 해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했다”며 “이제 샷이 안 되도 퍼트 같은 것으로 스코어를 내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맨탈만 강해진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KLPGA투어 대상을 두 번씩이나 수상한 김하늘(28.하이트진로)은 2008년 휘닉스파크 클래식 이후 3년만인 2011년 4월 열린 서울경제 여자오픈 정상에 오르기까지 3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이후에도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무너지며 또 한번의 슬럼프를 겪어야 했고 잠들기 전 베개 잎에 흘린 눈물이 마르지 않을 정도였다.

당시 김하늘은 “(최)나연 언니와 동반라운드를 하는데 나는 버디가 나오지 않아 심한 짜증이 났는데 언니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언니는 짜증한 번 부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결국 버디 퍼트 하나를 성공시켜 우승을 차지하더라. 맨탈의 중요성을 그 때 깨달았다”고 했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김하늘은 맨탈의 중요성을 깨달고 또 한 번 KLPGA대상을 수상하고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경험으로 얻은 강한 맨탈을 앞세워 위기상황 속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우승을 만들어낸 박성현은 한국여자골프의 기둥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 올 시즌 박성현의 독주체제가 예상된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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