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코리안투어 경기위원회 세미나

[와이드스포츠=최웅선 기자]코리안투어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자회사인 한국프로골프투어(KGT)가 주관한다. 그러나 대회를 운영하는 것은 경기위원회다.

경기위원회는 대회가 열리기 최소 한 달 전 코스를 답사해 특성을 파악하고 특색에 맞는 코스세팅 작업에 들어간다. 기존의 밋밋한 코스는 경기위원회의 손을 거쳐 티잉 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토너먼트 코스로 탈바꿈한다.

티잉 그라운드의 티 마커, 페어웨이의 폭, 러프의 길이, 그린 스피드와 나흘간의 핀 위치까지 꼼꼼히 챙겨야 대회 준비가 끝난다. 대회가 시작되면 경기위원회는 선수들이 경기도중 ‘룰’과 관련해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선수를 구제하기도 하고 때론 벌타를 부과하기도 한다.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2013년까지만 해도 무능한 경기위원회로 인해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변별력 없는 코스 세팅과 티잉 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의 소요시간을 잘못 예측해 선수들의 늑장플레이를 유도(?)하기도 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룰’ 판정에 대한 크고 작은 시비가 벌어졌다.

하지만 2014년 대한골프협회(KGA) 정창기 감사를 경기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하고서는 변별력 있는 코스세팅과 함께 명확한 룰 해석으로 흔했던 ‘판정시비’와 KLPGA투어의 고질병이던 ‘늑장플레이’까지 한 방에 퇴치하고 덤으로 경기력 향상까지 가져왔다.

경기위원회를 토너먼트의 조력자라고 칭하지만 실상은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여부가 경기위원회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과거 코리안투어 경기위원회는 어땠을까? 경기 중 마커와 동반자가 부정행위를 신고해도 ‘물적 증거’를 요구하며 묵살하거나 선·후배라는 인연에 의해 똑같은 상황에서도 상반되는 룰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 경기 중 룰 해석으로 경기위원과 선수 간 마찰이 생길 경우 ‘하늘같은 대 선배한테’ 또는 ‘아버지뻘 되는 연장자한테’ 예의 없게 행동한다고 나무라면서 ‘경고처분’ 또는 ‘벌금부과’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일이 적지 않았다. 물론 경기위원에게 모든 잘못이 있는 건 아니다. 경기위원을 대하는 선수의 잘못도 크다. 그러나 경기위원회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경기위원은 골프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규칙에 대한 엄격한 규정 집행 등 전문성이 요구된다. 선수에게 벌타를 부과할 경우 ‘골프규칙 몇 조 몇 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벌타가 부과 된다’는 사유를 확실히 설명해야 한다. 또 선수가 불복할 경우에도 판례를 들어 납득시켜야 한다. 또 룰 해석에 있어 선수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어도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게끔 해야 한다. 그래야 경기위원회와 선수의 뿌리 깊은 불신이 해소될 수 있고 경기위원회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

현재 코리안투어 경기위원은 KPGA 회원 중에서 위촉한다. 별도의 시험과정이 없이 시즌 시작 전 경기위원회 세미나를 통해 교육이 이루어진다. 위촉된 경기위원 모두가 회원선발전을 통과한 프로다 보니 룰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경기위원에게 필요한 전문성을 가지기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코리안투어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경기위원회의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마음 맞고 배짱 맞는 그들끼리 위원회를 구성해서는 안 된다. KPGA 회원이 아닌 외부인에게도 경기위원의 문호를 개방하고 ‘골프규칙시험’을 만들어 통과자에 한해 ‘경기위원보’ 자격을 준다.

또 1차 시험 통과자에 한해 대회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해 골프제정집의 1300여개 예문 중 어느 조항에 해당되는지를 신속하게 찾아내는 능력평가와 인성교육을 거쳐 경기위원으로 위촉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고 돌아선 ‘팬심’과 코리안투어를 외면하는 스폰서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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