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JTBC파운더스컵에서 역전으로 시즌 첫 승을 거둔 김세영. <사진=와이드스포츠 DB>

[와이드스포츠=유서근 기자] 스포츠에서 가장 짜릿한 것은 전성기 ‘골프황제’가 보였던 압도적인 역전불패의 카리스마를 숨죽여 보는 것과 막판 뒤집기로 극적인 승리를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우즈가 부상으로 필드를 떠난 사이 김세영(23.미래에셋)의 플레이가 골프팬들의 최대 관심사다. 김세영이 주목하는 이유는 언제 터질지 모를 대역전극을 기대해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5승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승을 역전으로 이뤄냈던 김세영이 또 다시 역전극을 펼쳐냈다.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파72.6528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JTBC파운더스컵 최종라운드에서 10타를 몰아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뿐만 아니다. LPGA 투어를 창립한 살아있는 전설들이 보는 앞에서 김세영은 15년 전 ‘원조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세웠던 72홀 최소타 기록인 27언더파로 동률을 이루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역전의 여왕’이란 닉네임을 다시 한 번 ‘빨간 바지’의 의미를 골프팬들에게 각인시킨 자리였다.

현재 여자 골프계엔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청야니(대만)처럼 절대 강자가 없다. 매서운 10대 리디아 고(19)가 세계랭킹 1위를 지켜내고 있지만 아직 장악력은 ‘골프여제’란 칭호를 받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즉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를 기대하긴 어렵다.

골프팬들이 김세영에게 반한 이유는 승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또 보는 이들에게까지 전달되는 즐기는 마음이다.

지난 12월 부산에서 열린 챔피언스 트로피에 참가한 김세영에게 미국 생활에 대해 묻자 “어디에 있든 골프를 즐긴다. 즐기는 마음 때문인지 미국 생활이 매 대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숨 막히는 승부에 대해 집착하기 보단 승부 자체를 즐긴다는 뜻이다. 이런 치명적인 매력이 누구든지 김세영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이유다.

지난해 섬에서만 3승을 역전으로 이뤄냈던 김세영은 섬이 아닌 사막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또 미국 본토에서의 첫 승이다.

즐기는 마음으로 무장한 김세영의 우승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골프팬들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유서근 기자  yoo61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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