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데뷔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컷 탈락한 이수민

[와이드스포츠=최웅선 기자]이수민(23.CJ)이 샷 난조 끝에 시즌 첫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예고된 결과였다.

이수민은 지난 1월 태국 카빈부리에서 짧은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쉴 틈도 없이 28일부터 SMBC 싱가포르오픈을 시작으로 매주 빡빡한 아시안투어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2월 ISPS한다 퍼스인터내셔널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한 달 남짓의 스케줄이었지만 이수민의 여권에 찍힌 국가의 스탬프는 싱가포르, 미얀마,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호주 등 5개국에 달한다.

매주 일요일 경기가 끝나면 곧장 비행기로 이동했다. 월요일 새벽 대회장에 도착하면 코스 탐색을 위한 연습라운드와 프로암을 소화하고 4라운드 72홀 경기를 소화했다. 체력이 정점을 찍는 20초반이지만 충분한 휴식이 없는 한 피로를 피해갈 수는 없다.

피로가 누적되면 집중력이 흔들린다.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력이 흔들리면 어이없는 샷이 나온다. 그 예가 메이뱅크 챔피언십 말레이시아 최종라운드 15번홀에서 보여준 더블보기다.

더블보기가 나오기 전까지 이수민은 2타차 단독선두였다. 우승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이 샷 한방으로 이수민은 유러피언투어 첫 우승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정상급 선수도 때론 컨디션 난조로 본선진출에 실패하곤 한다. 하지만 이수민의 이번 대회 경기를 들여다보면 위기관리능력의 한계까지 드러내는 경기였다.

이수민은 11일 태국 후아힌의 블랙마운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와 아시안투어가 공동주관하는 트루 타일랜드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 둘째 날 경기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평소의 이수민이라면 ‘굿샷’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경기였다.

드라이버 티샷은 전날보다 20야드나 더 나갔다. 전날보다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해 타수를 줄일 계산이었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그린적중률도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그린을 다섯 번 놓치고도 4번이나 파 세이브를 지켰다.

전날 그린을 세 번 놓쳤을 뿐인데 8타(트리플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 보기 3개)를 까먹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수민의 1,2라운드 경기를 비교하면 수치상으로 7오버파를 기록한 첫날이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적중률 등 타수를 줄이기 좋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엉뚱하게도 수치상으로 형편없었던 2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라는 스코어를 기록했다.

왜 이렇게 상반되는 결과가 나왔을까? 이수민의 평소 경기력으로 볼 때 피로누적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네다섯 개 대회 치르고 체력이 떨어지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동남아시아는 우리와 환경이 다르다. 한 낮에는 33도가 넘는 건 예사고 습도까지 높아 평소보다 두 세배의 체력소모가 있기 때문이다.

이수민을 보석에 비유하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다. 주변에서 잘 관리하고 다듬어주면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관리와 함께 체력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동거리가 짧은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너무 많은 대회 출전은 체력고갈로 이어진다. 한 번 망가진 체력은 젊더라도 쉽게 복귀되지 않는다. 이번 대회를 교훈으로 자신의 꿈인 PGA투어를 위해 더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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