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2016 코리안투어를 준비하는 김태훈

[와이드스포츠(전주)=최웅선 기자]미세먼지로 언제 극성을 떨었느냐는 듯 따뜻한 햇살과 청명한 하늘이 골프치기 딱 좋은 날씨다. 골프 라운드를 생각하면서 사무실로 차를 몰던 중 갑작스레 김태훈(31)이 생각났다.

매년 겨울이면 따뜻한 남쪽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동료들과 달리 그는 한국에 머문다. 내친 김에 그와 전화통화를 한 후 약속을 잡고 고속도로로 방향을 돌렸다. 2시간 3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정체로 두 시간이나 더 걸려서야 김태훈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를 의식해서인지 스폰서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나왔다. 대회장이 아니라 어색했지만 스폰서를 배려하려는 마음이 엿보였다. 긴 겨울을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에 “그냥 놀면서 운동하고 지낸다”며 “휴식기는 푹 쉬어야 한다”고 멋쩍게 웃는다.

지난해 남자투어는 11월 초에 막을 내렸다. 오는 4월에 열릴 예정인 개막전까지 1년의 절반이 휴식기인 셈이다.

김태훈도 뛸 수 있는 대회가 없다보니 다른 스타급 플레이어들처럼 일본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탈락했다. 그는 “Q스쿨 대회장이 내가 좋아하는 코스에다 페어웨이까지 넓었는데 또 떨어졌다. 일본투어가 나를 밀어내려는 느낌“이라며 ”세 번 연속 미끄러졌는데 해외 진출을 꼭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웃었다.

2013년 보성CC클래식에서 긴 무명의 설움을 떨쳐내고 생애 첫 승을 맛 본 김태훈은 단숨에 코리안투어의 ‘흥행보증수표’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해 겨울 처음으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문을 두드렸다. 2차전에서 알바트로스와 이글까지 잡아내며 11언더파 61타라는 최저타 기록을 갱신했지만 다음날 알 수 없는 샷 난조로 컷 탈락이라는 이변 아닌 이변을 일으켰다.

당시 스타급 선수들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간 상황에서 김태훈의 Q스쿨 탈락 소식을 전해들은 황성하 KPGA회장은 쌍수를 들어 반겼다는 웃지 못 할 후문이다.

몸의 유연성과 근력운동으로 겨울을 난 김태훈

움직임이 적은 겨울은 살찌기 쉽다. 그런데 김태훈은 조금 빠진 듯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다. 그래서 최근 이슈가 된 ‘매킬로이의 헬스 중독’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이제 조금씩 중량운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몸의 변화는 없지만 느낌이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이 싫지만 억지로 하고 있는 이유는 선수생활을 오래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김태훈은 매일 연습장에 나가지만 연습에 매진하지는 않는다. 간단히 몸만 푼다. 4월에 개막하는 코리안투어 일정에 맞춘 컨디션 조절이다.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은 하루도 빼 먹지 않고 열심히 한다. PGA투어의 필 미켈슨과 유러피언투어의 앙헬 히메네즈처럼 40대 중반을 넘어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함이다.

김태훈은 올 시즌 기대감이 크다. 17대 KPGA 협회장에 당선된 양휘부 회장이 45년간 방송에 몸담은 미디어 전문가에다 올해 18개 대회로 늘리겠다는 공약 때문이다. 그는 “신임 회장님이 공약을 잘 하셨는데 남자골프를 위해 꼭 지켜주셨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 “여자선수들처럼 남자도 SNS 등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선수의 역할도 강조했다.

새로운 스폰서에 대해서도 “작년 처음으로 후원을 받아봐서 메인스폰서가 어떤 의미인지 안다. 이번에 후원기업을 옮기면서 남자선수를 지원하는 가장 큰 기업이면서도 신한동해오픈이라는 메이저대회를 개최하고 있어 자부심이 크다”며 “올해 신한동해오픈과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 우승으로 보답하겠다”는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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